캐런(Karen Aguayo, 19세)은 대학교 친구들과 애리조나 주의 한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남자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그 남자는 전동 쇼핑카트를 타고 매장 안을 활보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그가 입고 있는 셔츠 때문이었다. 남자가 입은 셔츠의 뒷면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캐런과 친구들은 이 문구를 읽자마자, 서로 속삭이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Flickr/Mike Mozart

67세인 그 남자의 이름은 로버트(Robert Duran)로, 그의 아내는 셔츠 때문에 집중되는 이목에 익숙했다. 하지만 셔츠의 문구와 관련하여 대화를 나눌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었다.

셔츠는 까만 배경에 흰 글씨가 쓰여, 얼핏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로버트와 아내는, 캐런과 친구들처럼, 사람들이 이 문구를 읽어주길 바랐다. 그리고 조치를 취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었다. 셔츠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Twitter / kxrn

‘신장 기증자가 필요합니다, 혈액형 B+. 저에게 물어봐 주세요.’

로버트에게는 신장 문제가 있어, 일주일에 세 번, 각 4시간씩 투석 과정을 견뎌야 했던 것이다. 의사가 신장병 5기 판정을 내리고 나서야 그는 마침내 장기 기증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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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일행은 로버츠의 셔츠에 적힌 문구를 읽고 그에게 다가가 몇 가지 질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게시했다. 같이 있던 친구들도 로버트를 돕는 일을 새로운 미션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많은 사람들이 로버트에게 손을 내밀었고, 캐런의 게시글은 26만번 이상 공유된 것이다.

그녀는 AZCentral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셔츠에 적힌 문구를 읽자마자 심장에서 무언가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트위터를 하는 누군가가 기증하거나 글을 공유하여 기증자를 찾도록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SNS에 게시하기로 했죠.”

Twitter / kxrn

애리조나 주에서 적합한 장기를 찾기 위해 기다리는 이는 로버트뿐만이 아니다. 애리조나 Donor Network에 따르면, 2천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장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에선 약 2만 명의 신장이식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

로버트와 그의 가족을 가장 힘들 게 하는 것은 투석이나 병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다. 바로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로버트와 아내는 집에 전화가 올 때마다, 혹시라도 그의 목숨을 살릴 신장에 관한 전화인지 조마조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제 아내는 저 때문에 매일 가슴이 찢어지고 있습니다.”

로버트는 지금도, 장을 보러 코스트코에 간 일이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만남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캐런과 친구들을 “성자”라고 부른다. “하늘에서 나를 위해 내려보내 주셨나 보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얼마 전, 캐런은 자신의 트위터에 몇 명의 잠재적 기증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버트는 지구상의 어느 천사가 그에게 꼭 맞는 신장을 가지고 나타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한편, 위 사례처럼 미국 등 몇몇 국가에서는, SNS를 통해 이식 대기자가 실제 기증자와 연결되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장기매매 등의 우려로 개인 간의 장기 이식 연결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 행위를 차단하면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에서 하루 3명의 신장이식 대기자가 이식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다.